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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색적인 디저트와 음식

나레즈시 – 자급한 쌀과 민물고기로 발효시킨 옛날식 초밥

1. 나레즈시의 기원 – 일본 발효 음식의 뿌리와 문화적 배경

나레즈시는 일본 전통 초밥 중 가장 오래된 형태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생선 위에 식초 밥을 얹은 니기리즈시의 조상격인 음식이다. 그 유래는 8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 지역에서 기원한 발효 보존법이 일본으로 전해져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농업 문화에 맞게 적응하며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당시에는 냉장 보관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생선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발효였으며,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식생활을 넘어 생존을 위한 지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내륙 지역에서는 바다 생선이 귀했기 때문에 호수나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활용한 나레즈시가 대중화되었고, 이는 지역 공동체의 생계 유지 수단이자 절기마다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의 일부가 되었다. 나레즈시는 단지 오래된 요리법이 아니라, 일본 농촌 문화의 핵심을 담고 있는 유산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발효 방식은 일본인의 자연과의 조화, 인내심, 절약 정신 등을 그대로 반영한다.

 

2. 주재료 – 자급한 쌀과 민물고기의 발효 조화

나레즈시는 크게 두 가지 주재료, 바로 ‘쌀’과 ‘민물고기’로 구성된다. 이 두 가지는 각각 일본 농촌의 자급 농업과 내수 자원 활용의 대표적인 예이며, 특히 시가현 비와코 호수 인근에서 만들어지는 후나즈시(鮒ずし)가 대표적이다. 후나즈시는 비와코에서 잡은 니고로부나(붕어의 일종)를 손질해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에 절인 뒤, 약 6개월 이상 발효시킨 후 자급한 햅쌀과 함께 단단히 눌러 재차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 쌀은 단순한 곡물이 아니라 생선의 수분을 흡수하고 발효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생선과 쌀이 서로의 향을 흡수하며 깊은 맛을 형성한다. 지역에 따라 쌀을 먹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지만, 과거엔 귀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쌀까지 함께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농가에서 수확한 자급 곡물만을 사용하는 것은 음식 자립의 상징이었으며, 공동체의 자존심으로 여겨졌다.

나레즈시 – 자급한 쌀과 민물고기로 발효시킨 옛날식 초밥

3. 발효의 미학 – 강렬한 향 뒤에 숨겨진 깊은 풍미

나레즈시는 독특하고 강렬한 향 때문에 입문자에겐 도전적인 음식으로 평가되지만, 정통 발효음식으로서의 가치는 매우 높다. 수개월에서 1년 가까운 발효 과정을 통해 유산균이 생선의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아미노산과 감칠맛이 농축되고, 이는 치즈나 요거트와 유사한 발효 향을 만들어낸다. 특히 나레즈시는 냄새만으로 거부감을 느끼기 쉽지만, 한 입 맛보면 깊은 산미와 감칠맛, 고소함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풍미가 혀를 감싼다. 서양의 블루치즈나 두리안처럼, 한 번 익숙해지면 그 중독적인 매력에 빠지기 쉬운 음식이다. 발효의 속도와 깊이는 온도, 염도, 재료 상태에 따라 달라지며, 이 모든 것이 장인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정성껏 만들어진 나레즈시는 마치 자연이 수개월에 걸쳐 빚은 시간의 맛이라 할 수 있으며, 현대인이 다시금 주목하고 있는 미생물 기반 건강식이기도 하다. 나레즈시를 단순한 ‘냄새 나는 음식’으로 여기기보다는, 발효가 만들어낸 풍미의 정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4. 절기 음식으로서의 가치 – 계절과 함께하는 나레즈시

나레즈시는 절기와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 준비 과정이 결정되며, 주로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많이 담근다. 이는 여름철 수확한 쌀과 가을철 잡은 민물고기를 활용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서늘한 날씨가 발효 과정에서 잡균의 번식을 억제하면서 유산균만이 활발히 작용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급강하하는 겨울철, 숙성된 나레즈시를 꺼내어 먹는 것은 일본 농가에 있어 계절을 맞이하는 하나의 의례적인 행위였다. 이처럼 나레즈시는 단순히 저장식이 아니라,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노력이 결합된 ‘계절의 맛’이었다. 지역마다 담그는 방식, 재료, 발효 기간이 다르며, 이러한 다양성은 일본 음식문화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절기에 따라 음식을 저장하고 꺼내 먹는 방식은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온 농촌 삶의 지혜이며, 나레즈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예로 꼽힌다.

 

5. 현대의 재조명 – 발효 미식의 부활과 세계적 관심

오늘날 나레즈시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 고급스럽고 귀한 음식으로 여겨진다. 특히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일부 일식 레스토랑에서는 전통적인 나레즈시를 현대적인 해석과 접목해 고급 요리로 재탄생시키고 있으며, 나레즈시의 풍미를 즐길 줄 아는 손님에게는 숙성 발효의 정점으로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또한 발효음식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증가하면서 나레즈시는 일본을 넘어 해외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유니크한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도 일본 전통 발효 요리 워크숍이 열리고 있으며, 이 중 핵심으로 다뤄지는 것이 바로 나레즈시다. 지역 장인들은 여전히 전통 방식대로 소금과 쌀, 민물고기만으로 발효를 이어가며, 나레즈시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단지 옛 음식을 복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는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레즈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손에서 발효되고 있으며, 그 정성과 기다림은 고스란히 한 점의 음식에 담긴다.